'별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44건

  1. 2006/10/12 카시오페아 - Asteria
  2. 2006/10/02 왕관자리 - Asteria
  3. 2006/09/27 천칭자리 - Asteria
  4. 2006/09/20 헤라클레스 - Asteria
  5. 2006/09/17 머리털자리 - Asteria

카시오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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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웅크리고 앉은 쌍봉낙타

북두칠성과 함께 우리에게 친숙한 별자리가 바로 카시오페이아자리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해 북두칠성 건너편에서 찌그러진 W자 모양을 한 이 별자리는 허영심 많은 에티오피아 왕비 카시오페이아가 두 손을 들고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그리스신화에 따르면 카시오페이아는 에티오피아의 왕 세페우스와 결혼해 예쁜 안드로메다 공주를 낳았다. 그녀는 자신뿐 아니라 딸의 미모가 바다의 님프(요정)들보다 뛰어나다고 뽐내고 다녔다. 이에 화가 난 님프들이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일러바치자 한 님프와 결혼한 포세이돈도 몹시 화를 냈다.

포세이돈은 괴물 고래를 보내 에티오피아를 파괴했다. 세페우스는 나라가 완전히 망하는 재난을 막으려고 딸인 안드로메다를 제물로 바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천마를 타고 날아가던 페르세우스가 괴물을 처치하고 안드로메다를 구했다. 포세이돈은 카시오페이아가 죽은 후 그녀를 별자리로 만들었는데, 카시오페이아는 하루의 절반을 거꾸로 매달린 채 하늘에 걸려 있게 됐다. 허영심으로 나라를 어지럽힌 벌이라고 한다.

W자 모양의 카시오페이아자리는 거꾸로 보면 M자 모양이 된다. 봉우리가 2개인 산처럼 보인다. 아라비아 지방에서는 이 별자리를 사막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낙타로 상상하기도 했다. 산봉우리가 낙타의 등에 있는 혹에 해당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에티오피아 왕비가 혹이 2개인 쌍봉낙타로 변신한 셈이다.

흥미롭게 카시오페이아자리는 우리 고대 유적에서도 발견된다고 한다. 평안남도 남포시 덕흥리 고구려 고분의 서쪽 벽면에 W자가 선명한 별자리가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이 별자리를 카시오페이아자리로 보고 이것이 우리의 독자적인 천문관측의 증거라고 주장한다. 카시오페이아자리는 고대 중국의 천문자료에서는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중국에서는 3개의 별자리로 나눠서 봤다.

카시오페이아자리는 삼국시대 이전의 유적에서도 나타난다. 청동기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경상북도 영일군 신흥리의 오줌바위에 W자 모양이 등장한다.

W자 모양의 서양 별자리인 줄로만 알고 있던 카시오페이아자리가 고대 선조들의 눈에도 띄었다니 한편으로 신기한 생각이 들면서 이 별자리가 갑자기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출처 : 글 -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사진 - 박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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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12 02:26 2006/10/12 02:26

왕관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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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부인의 사랑을 기억하려 아내의 금관, 별자리로 만들어

봄철 밤하늘에서 귀엽고 독특한 모양 때문에 유명한 별자리가 있다. 바로 왕관자리다. 커다란 별자리 틈에 있지만 7개의 이 반원형으로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모양이 영락없이 왕관을 연상시킨다. 왕관자리는 목동자리 근처에 있는데 머리를 뒤로 한껏 젖히고 밤하늘을 쳐다보면 이 별자리를 찾을 수 있다.

그리스신화에 따르면 이 별자리는  아리아드네에게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청혼하며 선물한 왕관이라고 한다. 아리아드네는 크레테의 왕인 미노스의 아름다운 딸이었다. 크레테에는 소의 몸뚱이에 사람의 머리를 가진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가둬 놓은 미로가 있었다. 미노스는 이 괴물을 사육하기 위해 아테네에서 7명의 소년 소녀들을 끌고 왔다.

그 당시 미노타우로스에게 제물로 바쳐질 소년들 속에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가 숨어들었다.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를 보고 첫눈에 반해 버렸고, 그가 미로 속에서 괴물을 죽이고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왔다.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를 데리고 희생될 뻔한 사람들과 함께 아테네로 향했다. 도중에 낙소스란 섬에 들렀는데, 테세우스는 아테나 여신의 계시를 받고는 잠든 아리아드네를 두고 떠나야 했다. 혼자 남은 아리아드네는 슬픔에 빠졌다. 그때 디오니소스가 나타나 그녀를 위로해 주었다. 낙소스는 디오니소스가 자주 머물던 섬이었다. 디오니소스는 아리아드네의 아름다움에 반해 그녀에게 7개의 보석이 박힌 금관을 선물하며 청혼했다. 그녀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던 디오니소스는 아리아드네가 늙어서 죽게 됐을 때 사랑을 영원히 기억하려고 그녀의 금관을 하늘에 올려 별자리로 만들었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왕관자리는 그 모양 때문에 나라마다 불러 온 이름이 다르다.

호주 원주민들은 새나 작은 짐승을 사냥하는 데 사용하던 도구를 닮았다고 해서 ‘부메랑’이라고 불렀고, 고대 아라비아와 페르시아에서는 불완전한 원 모양이라 ‘깨진 그릇’이나 ‘거지 밥그릇’이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중국인들은 이 별자리를 ‘새끼줄’이라고 불렀으며,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곰의 동굴’을 떠올렸다. 인디언들은 봄이 돼서 큰곰자리의 주인공이 이 동굴에서 기어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우리 선조들이 왕관자리를 무엇이라고 불렀는지는 알 수 없으나 놀랍게도 이 별자리가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여러분은 이 별자리에 어떤 이름을 붙이겠는가. 팔찌, 목걸이 등 원이나 반원으로 이뤄진 물건이 적합하지 않을까.  


<출처 : 글 - 동아사이언스 이충환 기자, 사진 - 박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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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02 21:25 2006/10/02 21:25

천칭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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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이 정의를 심판할 때 사용하던 저울

‘싸움을 좋아하지 않으며 주위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고, 극단적인 행동을 거부하며 항상 품위를 유지하려고 애쓴다.’ 천칭자리에 태어난 사람의 점이라고 한다. 천칭자리는 많은 사람에게 이름이 익숙한 별자리임에도 밤하늘에서 찾기가 만만치 않다.

봄철의 대표적 별자리인 처녀자리 옆에 있지만 밝은 이 없어 눈에 잘 안 띄기 때문이다. 아무리 봐도 별자리 모양에서 천칭(저울)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천칭자리는 처녀자리의 주인공으로 알려져 있는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에아가 갖고 다니던 저울이라고 한다. 아주 먼 옛날 지구가 더없이 평화로웠던 황금 시대에는 신과 사람이 함께 땅에서 살았다. 이 시기에 사람들은 착하고 성실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철의 시대가 오자 사람들이 타락해 서로 싸웠다.

제멋대로 설치며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 신들은 인간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하늘나라로 돌아가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끝까지 땅에 남아 사람들에게 평화롭게 사는 법을 가르쳤던 여신이 바로 아스트라에아다.

그녀는 인간의 선악을 잰 후 운명을 결정하는 저울을 지니고 다녔다. 아스트라에아는 자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사이에 전쟁이 끊이지 않자 어쩔 수 없이 땅을 떠나야 했다.

아스트라에아는 정의를 판단하는 저울을 들고 하늘의 별자리가 됐다. 땅에서 인간을 교화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결코 인간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늘의 별자리가 돼 인류에게 정의를 베푸는 일을 계속하려는 뜻이 담겨 있는 셈이다. 정의의 여신이 처녀자리가 되자 그녀의 저울은 옆에 자리를 잡고 천칭자리가 됐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천칭자리의 그리스 이름은 전갈의 집게발이라는 뜻을 가진 ‘켈라에’다. 사실 천칭자리는 처녀자리와 전갈자리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천칭자리의 들은 본래 전갈자리에 속해 있었다고 한다. 천칭자리 모양도 저울이라기보다 오히려 전갈의 두 집게발에 가깝다. 천칭자리의 그리스 이름이 왜 그런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별자리에 천칭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단지 옆에 있는 처녀자리를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에아로 봤기 때문이다. 오래된 별자리 그림에서는 천칭자리에 저울을 들고 있는 아스트라에아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정의와 공평을 위해 노력한 여신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것이리라.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인류의 평화를 기원하던 여신을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진다.


< 출처 : 글 -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사진 - 박승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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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7 21:53 2006/09/27 21:53

헤라클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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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존재 외계에 알리는 신호 역활도"

봄철 별자리의 하나인 목동자리가 서쪽 하늘로 점차 기울면 그리스신화의 가장 위대한 영웅의 별자리가 나타난다. 바로 헤르쿨레스자리다. 헤르쿨레스는 헤라클레스를 라틴어로 발음한 것으로 ‘여신 헤라의 영광’이라는 뜻이다.

별자리는 헤라클레스가 오른손에 몽둥이를 들고 괴물 히드라를 무찌르는 모습이다. 단,  용감한 투사는 하늘을 거꾸로 걷는 사나이로 그려지고 있다.  

헤라클레스는 최고의 신 제우스와 알크메네 사이에서 태어났다. 제우스의 조강지처 헤라는 남편이 바람을 피워 얻은 헤라클레스를 미워해 사사건건 그를 괴롭혔다. 특히 헤라클레스는 헤라 여신의 음모로 인해 에우리스테우스 왕의 노예가 됐고 열두 가지 위험한 모험을 겪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헤라클레스는 네메아 계곡에서 황금사자를 목 졸라 죽였고 아홉 개 머리를 가진 물뱀 히드라를 물리쳤다.  

크레타 섬의 괴물소를 없앴고 디오메데스의 식인 말을 잡아왔다. 불 뿜는 용이 지키던 님프 동산에서 황금사과를 가져오는 일도 그의 열두 가지 모험에 포함돼 있었다. 헤르쿨레스자리는 30여년 전 인류의 존재를 외계에 알리는 작업의 대상이기도 하다.

1974년 11월 푸에르토리코 아레시보의 전파천문대에서 헤르쿨레스자리의 구상성단 M13을 향해 전파의 형태로 ‘인류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 성단에 포함돼 있는 10만개 이상의 가운데 어느 하나에라도 지성이 있는 생명체가 존재해 인간처럼 전파를 쏠 수 있다면 답장을 주지 않을까 기대하는 ‘유리병 편지’였다. 물론 아직까지 다른 응답은 없었다. 헤르쿨레스자리에서 그리스인들의 신화적 상상력이 외계 생명체를 찾는 현대인들의 노력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을 해 보니 묘한 느낌이 든다.  


<출처 : 글 - 동아아사이언스 이충환 기자, 사진 - 박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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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0 03:14 2006/09/20 03:14

머리털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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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털자리(고대 이집트 왕비, 숭고한 사랑의 증표)

봄철 밤하늘에는 사자자리 뒤쪽으로 머리털자리라는 어두운 별자리가 있다. 도시의 하늘에선 이 별자리에 속하는 을 하나도 찾기 힘들다. 시골에서조차 머리털자리는 안개 낀 것처럼 뿌옇게 보인다.

더군다나 특별한 모양도 없이 제멋대로 놓여 있어 이 별자리를 보고 도무지 머리털이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머리털자리에는 어느 별자리보다 아름다운 실화가 내려온다.

기원전 3세기 무렵 이집트 왕 프톨레마이오스 3세가 아시리아와 전쟁에 나섰다. 그러자 왕비 베레니케는 아프로디테 신전에서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면 자신의 머리카락을 바치겠노라고 맹세했다. 얼마 후 왕이 승리해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은 베레니케는 맹세대로 했다. 하지만 신전에 바쳐진 머리카락은 감쪽같이 사라졌고 왕은 분노해 신전의 사제를 죽이려 했다.

이때 궁중 천문가 코논이란 사람이 앞으로 나와 사자자리의 꼬리 끝에 있는 희미한 무리를 가리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신이 왕비의 머리카락을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늘에 걸어 뒀다”고. 재치 있는 설명이었다. 코논이 가리킨 무리는 왕비의 탐스러운 머리다발이 반짝이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 별자리는 이후 베레니케의 머리털자리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머리털자리는 지도 제작자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메르카토르가 1551년 처음 별자리 지도에 그려 넣었다. 그 뒤 덴마크의 천문학자 티코 브라헤가 하나의 별자리로 독립시켰고, 이 별자리는 1602년부터 머리털자리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덕분에 중세 별자리 그림에서 머리털자리에는 옛날 서양 여인의 머리채가 그려지게 됐다.

역사적인 실존인물의 머리다발을 상징하는 머리털자리에는 흥미롭게도 우리 은하의 북극이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머리털자리가 하늘 높이 떠올랐을 때는 은하수를 볼 수 없다. 은하수는 우리 은하의 적도 평면이 하늘에 투영된 모습이다.

어두운 만으로 이뤄진 머리털자리에는 들이 수천억 개나 모여 있는 은하가 수천 개나 무리 지어 있다. 이 은하무리는 ‘머리털자리 은하단’이라고 불린다. 빛으로 가도 2억 년이 넘게 걸리는 거리에 있는 이 은하들은 초속 6700㎞로 멀어지고 있다고 한다. 총알보다 무지하게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머리털자리의 주인공인 이집트 왕비 베레니케의 머리칼이 심하게 찰랑거리지 않을까.    

<출처 글- 동아사이언스 이충환, 사진 - 박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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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7 19:11 2006/09/17 1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