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털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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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털자리(고대 이집트 왕비, 숭고한 사랑의 증표)

봄철 밤하늘에는 사자자리 뒤쪽으로 머리털자리라는 어두운 별자리가 있다. 도시의 하늘에선 이 별자리에 속하는 을 하나도 찾기 힘들다. 시골에서조차 머리털자리는 안개 낀 것처럼 뿌옇게 보인다.

더군다나 특별한 모양도 없이 제멋대로 놓여 있어 이 별자리를 보고 도무지 머리털이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머리털자리에는 어느 별자리보다 아름다운 실화가 내려온다.

기원전 3세기 무렵 이집트 왕 프톨레마이오스 3세가 아시리아와 전쟁에 나섰다. 그러자 왕비 베레니케는 아프로디테 신전에서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면 자신의 머리카락을 바치겠노라고 맹세했다. 얼마 후 왕이 승리해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은 베레니케는 맹세대로 했다. 하지만 신전에 바쳐진 머리카락은 감쪽같이 사라졌고 왕은 분노해 신전의 사제를 죽이려 했다.

이때 궁중 천문가 코논이란 사람이 앞으로 나와 사자자리의 꼬리 끝에 있는 희미한 무리를 가리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신이 왕비의 머리카락을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늘에 걸어 뒀다”고. 재치 있는 설명이었다. 코논이 가리킨 무리는 왕비의 탐스러운 머리다발이 반짝이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 별자리는 이후 베레니케의 머리털자리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머리털자리는 지도 제작자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메르카토르가 1551년 처음 별자리 지도에 그려 넣었다. 그 뒤 덴마크의 천문학자 티코 브라헤가 하나의 별자리로 독립시켰고, 이 별자리는 1602년부터 머리털자리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덕분에 중세 별자리 그림에서 머리털자리에는 옛날 서양 여인의 머리채가 그려지게 됐다.

역사적인 실존인물의 머리다발을 상징하는 머리털자리에는 흥미롭게도 우리 은하의 북극이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머리털자리가 하늘 높이 떠올랐을 때는 은하수를 볼 수 없다. 은하수는 우리 은하의 적도 평면이 하늘에 투영된 모습이다.

어두운 만으로 이뤄진 머리털자리에는 들이 수천억 개나 모여 있는 은하가 수천 개나 무리 지어 있다. 이 은하무리는 ‘머리털자리 은하단’이라고 불린다. 빛으로 가도 2억 년이 넘게 걸리는 거리에 있는 이 은하들은 초속 6700㎞로 멀어지고 있다고 한다. 총알보다 무지하게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머리털자리의 주인공인 이집트 왕비 베레니케의 머리칼이 심하게 찰랑거리지 않을까.    

<출처 글- 동아사이언스 이충환, 사진 - 박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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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7 19:11 2006/09/17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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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머리털자리

    Tracked from 별과 함께 하는 우리 2007/02/11 17:16  삭제

    머리털자리학명 Coma Berenices 약자 Com 머리털자리는 사자자리와 목자자리 중간에 있는 별자리이다. 5월 하순 초저녁에 남중하며,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별의 수는 약 70개로 그 중 4등성 알파(α)별, 베타(β)별을 제외하고는 모두 어둡고, 다수의 성단과 성운이 있다. 이 별자리는 은하 북극에 위치하는데, 성간물질이 비교적 엷어 관측에 방해가 되지 않아 우주의 먼 곳까지도 관측이 가능하며, 처녀자리와의 사이에 100개 이상의 나선은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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