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옷 입은 아름다운 여인 모습
국자 모양인 북두칠성의 손잡이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목동자리의 으뜸별 ‘아크투루스’를 조금 지나면 처녀자리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 ‘스피카’를 만날 수 있다. 북두칠성, 아크투루스, 스피카를 잇는 곡선은 ‘봄의 대곡선’이라 불린다. ‘춘향별’이라는 별명을 가진 스피카는 ‘몽룡별’이라 불리는 아크투루스와 함께 봄 밤하늘을 장식하는 대표적인 별이다.
아크투루스가 찬란한 금빛으로 빛나는 반면에 스피카는 아름다운 하얀 빛을 사방으로 내뿜는다. 그래서인지 세계 여러 지역에서 스피카를 처녀나 순결한 존재 등의 뜻을 가진 이름으로 부른다고 한다. 스피카를 ‘처녀의 별’이라고 할 만하다.
스피카가 포함된 처녀자리는 날개옷을 입은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늘에서 바다뱀자리 다음으로 큰 처녀자리의 주인공은 덩치 큰 여인인 셈이다.
스피카는 이 여인이 왼손에 쥐고 있는 보리이삭이라고 한다. 흥미롭게도 스피카는 라틴어로 보리이삭을 뜻한다.
봄처녀의 별 스피카와 보리이삭이 얽히게 된 사연은? 태양이 9월 하순에서 11월 초까지 수확의 계절에 처녀자리를 지나가기 때문에 이 별자리는 보리이삭을 들고 있는 처녀의 모습으로 간주됐다는 것이다.
처녀자리에는 몇 가지 신화가 전해 내려오는데, 그 중 하나가 페르세포네의 이야기다. 페르세포네는 ‘토지의 여신’ 데메테르의 아름다운 딸이다. 어느 날 ‘지하세계의 신’ 하데스가 지상에 산책을 나왔다가 페르세포네를 보고는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하데스는 페르세포네를 지하세계로 납치해 아내로 맞았다. 딸을 잃은 데메테르는 슬픔에 잠겼고 그녀가 돌보지 않게 된 토지는 황폐해졌으며 곡식이 자라지 못했다.
이때 최고의 신 제우스는 토지가 메말라 가는 것을 염려해 한 가지 타협책을 내놓았다. 페르세포네가 1년 중 4개월은 지하세계에서 지내고 나머지 기간은 땅 위에서 지낼 수 있도록 했던 것이다.
그 후 페르세포네가 지상에 있는 동안에는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지만 지하에 내려가 있는 기간에는 추위가 닥쳐오고 풀이 돋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매년 꽃이 피는 봄이 오면 페르세포네가 주인공인 처녀자리가 동쪽 하늘에서 떠오른다. 올봄 밤하늘에서 스피카와 처녀자리를 바라보며 딸을 염려했던 어머니의 마음을 곱씹어 보면 어떨까.
<출처 글 - 동아사이언스 이충환, 사진 - 박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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