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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2/03 전갈자리 이야기 - Aste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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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을 죽이기 위해 풀어 놓은 독충

요즘 자정 무렵 남동쪽 하늘에서 붉은 하나가 밝게 빛난다. 이 은 ‘화성의 라이벌’이라는 뜻을 가진 붉은 행성 ‘안타레스’다. 화성과 안타레스는 비슷하게 붉은 빛을 뿜어내고 화성이 약 2년에 한 번씩 안타레스 근처를 지나간다.

중국인들은 안타레스를 큰 불이 난 것처럼 붉게 보인다고 해 ‘대화(大火)’라고 불렀으며, 화성이 안타레스에 다가갈 때 왕이 궁전을 떠나면 왕에게 안 좋은 일이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고대 마야인들은 안타레스를 죽음의 신으로 간주해 불길하게 여겼다. 안타레스 주위로는 보석 같은 들이 크게 S자 모양을 그리고 있다. 사막의 무서운 독충을 닮은 별자리인 전갈자리다. 안타레스는 전갈의 심장에 해당한다.

그리스신화에 따르면 전갈자리의 주인공은 아폴론이 사냥꾼 오리온을 죽이기 위해 풀어 놓은 거대한 독충이라고 한다. 아폴론은 여동생 아르테미스가 오리온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려고 전갈을 보낸 것이다. 이런 얘기 때문인지 밤하늘에서 전갈자리가 떠오를 때면 오리온자리가 서쪽으로 사라져 버린다.

전갈의 꼬리 끝 독침에 위치하는 두 에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라는 우리 옛날 이야기의 한 대목이 전해 온다. 무서운 호랑이가 떡장수 어머니를 잡아먹고 나서 어머니로 변장해 어린 오누이에게 접근했다. 오누이는 호랑이에게 쫓기다가 하늘에서 내려온 금줄을 타고 올라갔지만, 호랑이는 썩은 동아줄을 붙잡고 올라가다 떨어져 죽었다. 전갈자리에서 길게 늘어져 있는 들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튼튼한 금줄이고, 꼬리 끝의 두 이 금줄에 매달려 있는 오누이라고 한다. 실제 전갈자리가 남쪽 하늘 지평선 바로 위에서는 띠처럼 나란히 놓여 있다.

뉴질랜드 전설에 따르면 전갈자리는 마우이라는 원주민 영웅이 고기를 잡기 위해 바다에 던졌다는 낚싯바늘이다. 흥미롭게도 마우이가 낚은 것은 물고기가 아니라 섬이었다고 한다. 이 섬이 바로 오늘날의 ‘뉴질랜드’라고 전해진다.

해변에서 이 별자리를 보면 끝이 구부러져 있는 갈고리 모양을 하고 있는 게 영락없이 바다에 길게 늘어져 있는 커다란 낚싯바늘을 닮았다.

밤하늘에서 커다란 S자 모양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들에 무서운 독충인 전갈의 이름이 붙여졌다는 게 마음에 들진 않는다. 하지만 오누이를 살린 금줄이나 섬을 낚은 낚싯바늘이라고 생각하니 전갈자리가 다르게 보인다.

<출처 : 글 -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사진 - 박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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